갑자기 백수가 되어 육아를 하고 있는 아빠 '갑백육아' 입니다. 얼마 전 목포 여행을 다녀오면서, 올라오는 길에 전주를 들리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직장생활을 하시던 때 아버지 직장이 전주에 있어서 가끔 내려오곤 했었는데 맛집들이 많아 행복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기 이전에 아내와 가끔씩 여행 오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맛집은 메밀소바로 유명한 메르밀진미집 입니다. 상당히 오래 되었기도 한데 예전에 이름만 들었고 실제로 이번에 처음 가보게 되었습니다. 메르밀진미집은 냉메밀소바와 메밀 콩국수 두 가지 메뉴가 대표 메뉴입니다. 메밀소바는 꽤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음식이었지만, 콩국수를 즐기게 된 건 5년이 채 되지 않아 과거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전주 하면 한정식이나 비빔밥, 콩나물해장국을 대부분 떠올리게 되실 텐데 이 곳 메르밀진미집 역시 상당히 유명한 맛집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본점 하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꽤 여러 군데에 분점들이 생겼습니다.
저희는 새로생긴 신도시인 만성동 쪽에 있는 분점을 찾았습니다. 이 곳 만성동은 저의 전 직장이 옮겨온 곳이기도 합니다. 농촌진흥청 소속 축산과학원에 연구원으로 근무했었는데 예전에 수원에 있던 과학원이 현재는 전주로 옮겨져 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보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시원한 콩국수 입니다. 어릴 때는 싱거운 맛에 이걸 왜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음식 중 하나인데, 현재는 손꼽히게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보통 콩국수에 소금 간을 해서 먹는데 전라도는 먹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알고 계실 정보인데 설탕을 듬뿍 넣어서 즐기는 것이 바로 전라도의 콩국수 먹는 방식입니다. 처음에 지인과 함께 콩국수를 먹을 때 설탕을 마구 넣어 먹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었지만, 나중에 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금도 저는 소금 간해서 고소한 콩국수를 즐기지만 이날만큼은 현지에 맞게 설탕을 토핑 하여 먹었습니다. 콩국에 떠있는 고소한 콩가루와 설탕의 달달함이 만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베지밀 맛을 연출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콩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여기 콩국수를 먹어보고 "오!!!! " 하며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기본 콩국물 역시 걸쭉하며 깊은 고소한 맛을 내기 때문에 최상의 원재료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메밀국수에서 풍기는 메밀 향이 고소한 콩국물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밀가루 국수와는 다른 조합인데 메밀과 함께 고구마 전분이 면에 섞여 있었는지, 상당히 쫄깃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다음은 여름 하면 냉면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메밀 소바입니다. 알싸한 고추냉이를 곁들이면 시원함이 더욱 증가 되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이곳 메르밀진미집의 메밀소바 육수는 간이 세지 않고 단맛이 조금 더 강한 편입니다. 만약 짭짤한 맛을 더욱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원하시는 맛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메밀국수의 쫄깃함과 육수가 촉촉하게 어우러지면 그 맛은 누구나 보증할 수 있는 맛이 됩니다. 메르밀진미집의 모든 메뉴가 양이 상당히 많아서 양이 많으신 분들도 굳이 곱빼기를 드시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날이 점점 더워지다 보니 입맛도 떨어지고 자꾸 물만 먹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입맛을 돋게 할 수 있는 시원한 콩국수와 메밀소바 한 그릇 어떠실까요? 전주 근처에 사시는데 한 번도 메르밀 진미집을 가보지 않으셨다면 한번 가보시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메뉴가 한 그릇에 7,000원으로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큰 기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